충주 삼정면옥은 충주 원도심 관아골 골목에서 45년 넘게 평양식 메밀냉면을 지켜 온 노포다. 2019년 7월 한여름, 친구와 이 집에 들러 물냉면과 비빔냉면을 하나씩 놓고 편육에 동부부침까지 곁들였다. 슴슴한 메밀 면과 새콤한 비빔, 넉넉한 곁들이를 사진과 함께 기록한다. 협찬 없이 내 돈 내고 먹었다.
관아골 골목을 지켜 온 냉면 노포

삼정면옥은 충주 성서동, 옛 충주 관아가 있던 원도심 골목 안에 있다. 파란 간판에는 '불고기·냉면전문'이라 적혀 있고, 유리문에는 갈비탕·사계절냉면·편육·수육과 '평양식 메밀냉면전문'이라는 문구가 나란히 붙어 있다. 1979년 문을 열어 45년 가까이 이어 온 노포로, 허영만 화백의 백반기행에도 소개된 충주의 대표 냉면집이다.
물냉면 비빔냉면과 편육으로 짜인 메뉴

벽에 붙은 메뉴판은 냉면과 고기, 부침으로 단출하다. 2019년 방문 당시 물냉면과 비빔냉면이 각 8,000원, 갈비탕 9,000원, 편육(소고기)과 수육(돼지고기)이 각각 20,000·30,000원, 동부부침 4,000원이었다. 원산지 표시에는 소고기 호주산, 돼지고기·닭고기·쌀·배추김치 국내산이라 적혀 있다. 현재는 물냉면·비빔냉면 12,000원, 동부부침 7,000원 등으로 올랐으니 가격은 방문 전에 확인하는 편이 좋다.
상에 먼저 오르는 열무 겉절이

냉면이 나오기 전 반찬이 먼저 깔린다. 갓 무친 열무 겉절이는 고춧가루 양념이 자박하게 배어 새콤하면서도 아삭하다. 슴슴한 냉면과 짝을 이루면 입안이 개운해져, 면을 먹다 중간중간 집어 먹기 좋다. 반찬 가짓수는 많지 않아도 손맛이 느껴지는 구성이다.
새콤 시원한 무 초절임

함께 나온 무 초절임은 얇게 썬 무를 새콤달콤한 국물에 담가 낸 것이다. 냉면 육수에 이 국물을 조금 부어 먹는 사람도 있을 만큼, 시원한 맛을 더해 주는 곁들이다. 여름에 특히 손이 가는데, 아삭한 식감과 새콤한 국물이 더위에 지친 입맛을 살려 준다.
입맛대로 더하는 다진 양념장

종지에 담긴 붉은 다진 양념장은 취향껏 더해 먹으라고 내주는 것이다. 슴슴한 물냉면에 조금 풀면 칼칼함이 살고, 비빔냉면에 더하면 매콤함이 진해진다. 평양냉면 특유의 담백함을 좋아하면 그대로, 자극적인 맛이 당기면 이 양념을 더해 입맛대로 조절할 수 있다.
새콤달콤 매콤한 비빔냉면

먼저 나온 비빔냉면은 메밀 면 위에 붉은 양념을 큼직하게 올리고 오이와 무채, 지단, 삶은 달걀, 편육을 곁들였다. 새콤달콤하면서 매콤한 양념이 메밀 면에 고루 배어, 슴슴한 물냉면과는 또 다른 감칠맛을 낸다. 두 가지를 함께 시켜 번갈아 먹으면 물리지 않고 끝까지 맛있다.
바삭하게 부친 동부부침

냉면과 함께 시킨 동부부침은 동부콩을 갈아 부친 빈대떡의 일종이다. 얇게 부쳐 가장자리는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데, 부추가 들어가 향이 살아 있다. 냉면만으로는 아쉬운 든든함을 채워 주는 안주 겸 요기라, 친구와 나눠 먹기에 알맞다.
채소와 무친 소고기 편육

편육은 삶은 소고기를 얇게 썰어 무채와 오이채에 무쳐 낸다. 잡내 없이 삶은 고기에 아삭한 채가 더해져, 새콤한 무침 양념과 어우러진다. 냉면집 편육은 보통 그냥 썰어 내는데, 이 집은 채소와 함께 무쳐 내 한 접시로도 술안주가 될 만큼 손이 많이 간다.
슴슴한 육수의 물냉면

물냉면은 맑은 육수에 메밀 면을 말고 편육과 삶은 달걀 반쪽, 오이, 지단을 얹어 낸다. 첫 입은 심심하다 싶게 슴슴하지만, 먹을수록 고기로 낸 육수의 깊은 맛이 은근하게 올라온다. 자극적인 냉면에 익숙하면 낯설 수 있어도, 평양식 메밀냉면의 담백함을 아는 사람에게는 반가운 맛이다.
메밀 면과 삶은 달걀 반쪽

면을 가까이서 보면 메밀 특유의 거뭇한 빛과 결이 그대로 보인다. 툭툭 끊길 듯 부드럽게 넘어가는 면발과, 노른자가 촉촉한 삶은 달걀 반쪽이 슴슴한 육수와 잘 어울린다. 화학적인 쫄깃함이 아니라 메밀 본연의 질감을 살린 면이라, 목 넘김이 편안하다.
냉면에 곁들이는 편육 한 점

냉면을 먹다 편육 한 점을 젓가락으로 집어 올린다. 부드럽게 삶긴 고기에 무채를 함께 얹어 먹으면, 슴슴한 냉면 사이에서 고소함이 씹힌다. 면과 고기, 곁들이를 오가며 먹다 보면 어느새 그릇이 비어 간다.
깨끗이 비운 냉면 그릇

정신없이 먹다 보니 스테인리스 그릇이 바닥까지 깨끗이 비었다. 슴슴하다며 시작한 물냉면도, 매콤한 비빔냉면도 국물 한 방울, 면 한 가닥 남기지 않았다. 잘 먹었다는 말을 그릇이 대신 해 주는 셈이다.
무더운 여름날 친구와 마주 앉아 물냉면과 비빔냉면을 번갈아 떠먹던 그 오후가, 충주를 떠올릴 때마다 함께 생각난다. 오래된 냉면집 한 그릇에는 맛만이 아니라 그날의 시간이 같이 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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